바빌론에 앙숙으로 지내는 두 가문이 있었다 두 가문에는 피라모스와 티스베라는 자녀가 있었다 둘을 아무도 모르게 서로를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 약속한 장속에서 만나기로 했다.
바비론의 연인
바빌론에서는 두 가문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몇 대에 걸쳐 앙숙으로 지내고 있었다. 두 집안의 거대한 궁전이 도시 중심가에 나란히 서 있는데도 아이들은 서로 말을 섞거나 편지를 쓰거나 손짓을 하면 안 되는 원수 지간으로 키워졌다. 그런데 두 가문의 피라모스라는 아들과 키스베라는 딸이 온갖 장애물에도 아랑곳없이 사랑에 빠졌다. 서로 이웃인 두 집 사이의 벽에서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이틈을 통해 인생관과 시 음악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어느덧 깊은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구멍이 너무 작아 서로를 만질 순 없었지만 격정 어린 젊고 뜨거운 입김이 그 고마운 틈을 통해 서로에게 전해졌고 금단의 감정이기에 절대 이어질 수 없는 사이이기에 둘의 사랑은 더욱 열렬해졌다. 어느 날 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자 각각의 궁전에서 빠져나와 피라모스의 선조이자 니네베라는 위대한 도시를 세운 아시리아의 왕 니노스의 묘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다음 날 저녁 영리하고 몸이 재빠른 티스베는 그녀의 방을 지키는 감시인들과 궁전의 보초병들을 슬쩍 통과한 뒤 오랜 전 그년의 조상인 세미라미스 영왕이 지어 올린 성벽을 빠져나왔다. 그녀가 밀회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맞아준 것은 사랑하는 피라모스가 아니라 방금 전 잡아먹은 소의 피를 입에서 뚝뚝 흘리고 있는 사나운 사자였다. 티스베는 사자를 보자 말자 허둥지둥 정신없이 달리다 베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자는 베일을 다시 땅에 떨어드린 뒤 마지막으로 한번 포호하고 어슬렁어슬렁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그곳에 도착한 피라모스는 키 큰 뽕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렸다. 달빛 줄기가 내리비치자 피로 얼룩진 채 땅에 떨어져 있는 티스베의 베일이 보였다 피투성이 베일에 티스베 가족의 문장이 수 놓여 있고 뜨거운 사랑의 입김을 수없이 주고받았던 여인의 행기가 났다. 그는 절망에 빠져 울부짖으며 칼을 뽑아 자기 배를 찌르고 세상을 떠난 애인 곁으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상처를 더 넓게 찢었다. 피가 분수처럼 쳐 흰 뽕나무 열매를 자줏빛으로 물들였다. 그녀는 죽은 피라모스의 손에 쥐여 있는 피투성이 베일을 보았다 사자의 발자국을 보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히 알았다. 그녀는 피라모스의 칼이 보였다 여전히 뜨거운 그의 피가 축축하게 묻어 있었다 그녀는 칼을 냉큼 집어 들고 자신의 배에다 푹 찔러 넣으며 승리감과 희열에 젖은 비명을 질렸다. 이 비극의 현장에 찾아온 두 가족은 서로 껴안고 울며 용서를 구했다 오랜 반목은 이렇게 끝이 났다 두 여인의 시신은 화장되었고 그들의 재는 한 단지에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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